밥 1 밥 1 생존을 위한 혼밥으로 허기를 때우느라 인정을 놓쳐 버린 가엾은 도시인들이여! 인간미로 지은 엄니의 다정밥이자 동기간의 웃음밥인 사랑의 양푼밥을 먹읍시다 詩詩한 2020.05.14
리콜되다 리콜되다 ‘귀하의 자동차는 제동장치 결함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시정하고자 리콜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라면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자동차 회사로부터 겨우 십 년 만에 연락이 왔다 ...... 이즘 내 감정조절장치도 고장이 났는지 원망과 분노가 줄줄 새고 있던데 혹 하늘나라 염라공업사에서 날 리콜해야 한다며 58년 만에 검은 갓모자 쓴 인간 탁송기사를 보낼까 에그그, 간이 오그라들 것 같다 詩詩한 2020.05.11
봄비 그리고 청보리밭 봄비, 그리고 청보리밭 풀죽은 일상들, 벌러덩 드러눕는 절망이란 놈 나 몰라라 하는 희망이란 양반 무엇을 버리고 뭘 챙겨야 할는지? 고달픈 나날들, 정신이 보리동냥 갔던 어제 유랑하며 빌어먹고 싶은 오늘 고향의 청보리밭은 안녕하신지? 주르륵주르륵 봄비 훌쩍 후울쩍 초록비 詩詩한 2020.05.09
무심한 포자들 무심한 포자들 쥐면 꺼질까 불면 날까 금송아지 같은 포자들을 죄다 씨집장개 보내 놓고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함씬 비를 맞고 서 있는 저 곱사등이 민들레는 필시 고향집 엄니다 詩詩한 2020.05.02
봄, 별리 봄, 별리 느그들만 생각허면은 가심이 아파 죽것써야 가심이 아파 죽것써야 멋담시로 휘휘한 꼴창에 진달래꽃으로 피어 그로코롬 시피 져부냐 민들레 맹키로 우리들 곁에 한나 피어나서 오새도새 이약 나누다 가제 느그들만 생각허면은 눈물이 나 미치것써야 눈물이 나 미치것써야 멀라고 애애한 바닷가상에 동백꽃으로 피어 그라고 짠허게 져부냐 명자꽃 모냥 학교 담배락에 뽀짝 달라붙어서 법석법석 겁나 떠들다 가제 詩詩한 2020.04.16
무지갯빛 소망 무지갯빛 소망 그놈이 그놈이라며 작금의 정치판을 책망하면서도 다시 또 구악정치에 줄을 서려는 사람들아 고개를 되똑 쳐들어 연야투루빛 저 언덕 너머에 알롱달롱 떠 있는 무지개를 보시라 실로 아름답지 않은가? 詩詩한 2020.04.14
섬진강 매화처럼 섬진강 매화처럼 무욕허심의 경지를 자랑하던 섬진강 매화들은 유절쾌절히 제 명을 살다가 순리를 좇아 잎잎이 낙화하였다 간악무도의 권력욕을 옹페한 채 경박히 뇌까리는 여의도의 저 벚꽃들도 두소지인임을 속히 깨닫고 참회하듯이 깡그리 떨어졌으면.... 詩詩한 2020.03.31
수컷으로 산다는 것은 수컷으로 산다는 것은 봄뜻이 그윽한 모란시장에서 원죄를 뒤집어 쓰고 성 감별을 당한 채 배좁은 종이 상자 안에서 꾸벅잠을 자고 있는 수평아리들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에서 자신의 족속들을 보호하고 번식시키고자 대가리가 터지도록 싸움박질을 해야 하는 아이벡스들 정차게 파안대소하던 거실에서 희끗한 귀밑머리의 퇴근한 그에게 깝신 겉시늉으로 인사하고 뿔뿔이 흩어지는 자식들을 씁쓰레 바라보는 아비들 아, 가엾고 딱하고 구슬픈 수컷의 한살이여! 詩詩한 2020.03.25
선유도에 가면 선유도에 가면 다사분주한 일상을 털어 느긋한 장항선 열차표로 바꿨다 반은 거무튀튀하고 나머지 반절은 무턱대고 흰, 증오만 왁자르르한 아수라장의 도심을 빠져나와 하나같이 무색투명한 선경으로 들어서니 서로 부풀려서 떠들고 서로 얕잡아 모멸하는 세상이지만 배꼬인 악연 밖에는 부귀공명을 헌신짝처럼 팽개친 은군자 한 명 살고 있어 반짝이는 은모래 원고지 위에 조가비로 ‘멸사’란 글자를 정성스레 겹쓴다 기다림이 절절한 망주폭포 사붓한 재회설의 명사십리 붉은빛이 요요한 월영단풍 동닿는 인연의 무산십이봉 기러기가 다시 날아든 평사낙안 돛단배가 무사귀환한 삼도귀범 감빛이 가득가득한 선유낙조 새벽 불빛이 찬연한 장자어화 평화의 갯바람을 원 없이 마셨고 무욕허심을 진탕 맛보았던 배부른 오늘! 무등한 선유도에 가면 너. 나... 詩詩한 20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