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162

어린왕자를 만난 백면서생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 주는 것은 기적이라고? 정말, 그럼 난 이미 당신이라는 기적을 경험한 셈이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당신은 지독히도 날 길들여 놓았구나 제비꽃만 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걸.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근데 그거보다 백배 천배 더 어려운 일이 있어 그것은 내 맘이 홀변하여 당신과 나뉘어 지는 거야. 우리 붉고 그윽한 저녁놀 구경하러 가자! 그렇지만 기다려야 한다고? 응, 천일홍처럼 지그시 기다릴 테니까 당신 아이들 다 키우는 대로 능소화 편지해.

세상살이 2021.08.17

웃어요, 웃어 봐요

착각 반, 오해 반을 운영하던 꿈짓기 학원의 원장 선생이 술김에 춘향이급으로 대해 주겠다는 감언으로 쓴 국제적인 메세지를 보냈다. 그것을 읽은 여인이 급기야 복숭아 3개와 타월 4장을 들고 당당히 귀국선에 올랐다. 그녀랑 남원골로 내려간 샘은 그녀에게 추어탕을 먹여 보고 그네를 태워 보고 널뛰기도 해 봤는데 아무리 후하게 쳐 준다 해도 사색의 우물가는 가 본 적이 없는 상상력이 형편없는 향단인 것이다. 으이구, 기만 당해 싸다! 동굴에서 반생을 우물쭈물 넘기고 있는 인사야 근데 말이야 누가 속은 거지?

세상살이 2021.08.13

백수의 하루

글쟁이는 불의가 정의인 양 처신사납게 날뛰는 시절에 저항적 의지를 온몸으로 모듬고 열루를 뚝뚝 흘리는 촛불이다. 개뿔, 글쟁이다. 사기 당한 알 거지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현 정권에 돌 던진 탓이라고? 널, 움켜잡지도 내려놓지도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새벽 산책이다. 나와 ‘너’라는 존재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된 이 인연고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솔직히 두렵다. 코로나 사태에도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무급 휴직, 정리 해고, 구조 조정으로 굶어죽는다. 데모가 희망이고 밥이다! 라고 밥벌이용 원고를 제 단체에 투척한다. 독서할 시간이다. 닿을 수 없는 먼 이야기 ‘위대한 패배자’를 읽을까? 지독한 자유주의자인 ‘조국 따위의 시간’을? 그건 고통이다. 차라리 군대 간 아들 따라 오침이나..

세상살이 2021.08.08

마음은 저 시냇물과 같아서

마음은 저 시냇물과 같아서 제풀로 흔흔낙락의 물골을 내느냐 비탄조의 물골을 내느냐 긍정주의의 물골을 내느냐 허무주의의 물골을 내느냐에 따라 그 한 방향으로만 밤새 졸졸 흐릅니다 생은 저 거울과 같아서 만족한 표정이면 똑같이 따라 웃어 주고 안색이 나쁘면 똑같이 따라 울어 대고 얼굴빛이 희고 밝다 싶으면 똑같이 따라 콧노래를 불러 주고 오만상을 찌푸리면 똑같이 미간을 찡그립니다 사랑은 저 별과 같아서 홀연 꼬리별처럼 나타나기도 하고 절로 별똥별처럼 스러지기도 하고 알타이르와 베가처럼 나뉘어 테울기도 하고 아르크투르스처럼 백 억년을 어금니 옹다물고 지그시 기다리기도 합니다

세상살이 2021.08.04

제가 사기를 당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완벽하게 속아넘어갔습니다. 아무리 방안풍수고 동굴인류라 쳐도 이정도로 심각한 바보가 있을까요? 어리석음 정도로 줄을 세운다면 골골샅샅이에서 모인 멍청이들 중에 능히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 틀림없지 싶습니다. 농협을 앞세워 내가 정부보조금 대상이라며 마이너스 통장으로 삼천만 원을 오년 거치 금리 3.0으로 쓸 수 있다기에 그 돈으로 에어콘 없이 고생하는 딸을 좀 더 쾌적한 월셋방으로 옮겨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 시인 따위의 신용도로 그 관문을 통과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부족분의 신용도를 예치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기에 나의 전 재산(일천만 원)의 30%와 친구가 빌려 준 이백만 원, 무엇보다 딸이 방울땀 흘리며 아르바이트에서 모은 돈 일백 만원까지 깡그리 갈퀴질해 악당들의 목구..

세상살이 2021.07.27

나란 작자는

왼손잡이 관념론자, 피동적인 가난뱅이, 반쩐 무사태평주의자, 퀴퀴한 방안풍수, 강단 사회주의자, 알 거지, 새끼만 찾는 삼불행자, 현란한 독설가, 세월 탕진자, 추레한 페시미스트, 졸고 있는 초현실주의자, 강태공급 숙시주의자, 무두셀라증후군 중증환자, 자본의 변두리 것, 빌어먹을 교만덩어리, 울 엄니의 애물단지, 장사꾼 프티 부르조아지, 사랑 파괴자, 최악의 에고이스트, 개뿔 글쟁이오니 참고하십시오.

세상살이 2021.07.24

그놈의 지지율

지지율 45.5%로 급등! 9개월만에, 그것도 정권 말기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파란기와집 사람들의 얼굴에 볼그레 화색이 돌고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전례가 없다며 자찬하기 바쁘다. 우리 속담 중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란 말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아무것도 못 한 채로 가만히 있으니까 대충 중간에 가까운 45.5가 나왔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하는 역대급의 훌렁한 정권이지, 싶다.

세상살이 2021.07.20

동물과 사람의 구별법?

동물은 절뚝이는 약자를 선택해서 살금살금 다가가 이빨로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어뜯지만 사람은 비척대는 약한 자가 안스러워서 성큼성큼 다가가 양팔을 겨드랑이에 끼워 인정겹게 곁부축한다 동물은 어엿한 소수자를 향하여 그들이 추앙하는 편견과 차별의 신을 앞세워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행사하지만 사람은 못된 다수자를 향하여 그들이 모시는 인권과 평등의 신을 대신하여 단단히 연대하고 당당히 설폐구폐한다 동물은 자기 족속의 무한한 번식과 생식기 우월주의에 사로 잡혀서 일웅다자로 기탄없이 교미하고 혼음하지만 사람은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만나서 후각적 매력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하고 공감각적 인간미로 한 사람만을 평생 사랑한다 동물은 강한 자를 보면 줄행랑을 놓거나 발라랑 누워 는실난실 아양을 떨며 비속한 말로 절대복종을 ..

세상살이 2021.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