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울 엄니도 저 낙타처럼

햇살 이해수 2021. 2. 10. 10:48

울 엄니도 저 낙타처럼

 

때가 되면

고비사막의 유목민들은

흰 낙타를 재물로 바친다

저들에게 재물로 바친다는 말은

옥죄던 고삐를 풀어 주고

속박의 낙인을 지워서

자연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것이다

 

젖샘을 길어 주고

고기를 끊어 주고

털옷을 벗어 주고

재산을 늘려 주다가

하얗게 늙어 버린 낙타에게

하늘이 주는 일종의 공로패인 것이다

 

천방지축 날뛰다가

줄레줄레 걷다가

우걱우걱 감씹다가

아무데서나 자다 깨어나선

아하하 아하하 웃어 대는

흰 낙타의 저 웃음!

 

삼신할매의 선택오류 작인

주교동의 나 같은 것도

그만 울 엄니를 놓아 드리고 싶다

내가 놓아 드린다고 한 말은

어미라는 의무의 족쇄를 끊어 드리고

어머니라는 희생의 굴레를 벗겨 드려서

두둥게둥실 세상 구경하시라는 것이다

 

회똑거리는 다리를 치료하시고

거풋하게 꽃구경하시다가

느지막이 더운점심 잡수시다가

늘어지게 한잠 주무시다가

태평스레 손주들과 정담 나누다가

밤이 이슥하게 깊어진 뒤에나

하늘문 열고 훨훨 상천하시라는 것이다

 

그래그래

오냐 오오냐

옜다, 받아라

내게 다 내주시고도

더 못 주어서 아파해 쌓는

울 엄니의 저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