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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1991년) - 백창우

햇살 이해수 2021. 7. 18. 23:35

장마

 

오늘은 어느 누굴 찾아가 볼까
광화문 네거리를 서성이는데
이런 제기랄 비가 내리네

터덜터덜 걷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점심 때가 지났구나
국수 한 그릇 먹었으면

사람들은 어딜 그렇게들
바삐 가는지 거리는 온통
비닐우산의 행렬인데

나는 갈 곳이 없구나
이렇게 외로운 날
호주머니엔 담배도 떨어지고
마음은 괜히 울적한데

우우우우우
이제 장마가 시작되려나

신문 한 장 사 들고 찻집에 들어가
커다란 종이비행기를 접다가
문득 떠오른 너의 얼굴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존 바에즈의 노래를 듣고 있을까
낡은 책더미에 기대 앉아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들 살아가는지
저마다 몇 개 씩의 슬픔을 갖고

매일 되풀이되는 익숙한 몸짓 속에
나날이 작아지는 가슴으로
다들 어떤 꿈을 꾸는지
우우우우우
그래 큰 비나 내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