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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한 새벽,

햇살 이해수 2021. 8. 28. 03:20

따분한 새벽,

 

볼우물이 예뻤던

단미 생각할 일이다

 

계속된 좌절로

가뭇없이 사라져 버린

내 삶의 의지를

첫새벽에 모지라진 몽당비로

싹싹 쓸어 찾아 놓고는

그 아침 알땅의 들판에 서서

희망의 씨앗을 흩뿌리던 사람아

 

잦은 한숨으로

거뭇거뭇 끼어 있던

내 생의 기미를

이슥토록 달그락거리며

문지르고 닦아 지워 놓고는

그 한낮 빛발치는 강가에 앉아

윤슬로 고옵게 화장하던 사람아

 

끔찍한 고독으로

꺼이꺼이 목놓아 울던

내 속의 설움을

순한 손길로 도닥거리며

곰살궂게 안아 달래 놓고는

그 저녁 노을 지는 해변을 거닐며

웃음살을 활짝 펼치던 사람아

 

담양 명옥헌 원림의

저 배롱나무처럼

함빡 벙그러졌던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