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새벽,
볼우물이 예뻤던
단미 생각할 일이다
계속된 좌절로
가뭇없이 사라져 버린
내 삶의 의지를
첫새벽에 모지라진 몽당비로
싹싹 쓸어 찾아 놓고는
그 아침 알땅의 들판에 서서
희망의 씨앗을 흩뿌리던 사람아
잦은 한숨으로
거뭇거뭇 끼어 있던
내 생의 기미를
이슥토록 달그락거리며
문지르고 닦아 지워 놓고는
그 한낮 빛발치는 강가에 앉아
윤슬로 고옵게 화장하던 사람아
끔찍한 고독으로
꺼이꺼이 목놓아 울던
내 속의 설움을
순한 손길로 도닥거리며
곰살궂게 안아 달래 놓고는
그 저녁 노을 지는 해변을 거닐며
웃음살을 활짝 펼치던 사람아
담양 명옥헌 원림의
저 배롱나무처럼
함빡 벙그러졌던 사랑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