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요

향수 (정지용 시) - 이동원 박인수

햇살 이해수 2018. 3. 22. 08:35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 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라난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 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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