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비극은 채워진 것만 바라보고
그것만 바라는 데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럴 듯한 스펙들로 채워진 동료의 이력을 동경하고,
호화로운 물건들로 채워진 친구의 살림을 동경하고,
단번에 읽을 수 없는 여러 자리 숫자로 채워진
재력가의 자산을 동경하다 보면,
그렇게 채워진 것들만 바라보다 보면
‘나’는 어느새 텅 빈 구멍이 되고 맙니다.
부족함이 약점이 되고 수치가 되어
염산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녹여 버리는 시대,
숭숭 구멍나 너덜너덜해진 존재감을
타자에 대한 관심도 사랑도 놓아 버린
무기력증쯤으로 진단을 내리는 시대,
그런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나는 ‘부족함이 곧 채워짐’이라고 당당히 선언합니다.
부족함투성이의 보통 사람들로 살아가는
우리들도 어쩌면 그 부족한 조각들 때문에
식상하지 않은 남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때론 어눌한,
때론 독특한 서로의 모습에
가끔이나마 웃음짓는 것일 겝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의 매력 덕분에
우리는 부족함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부족함이 오히려 우리 삶을 채웁니다.
그리고 부족함이 서로를 채웁니다.
부족하기에 우리는 매력으로, 사랑으로,
그리고 생명력으로 가득찬 삶을 살아갑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절대적인 채움과 비움이 없다는
장자식 사유를 넘어
비어 있음이 곧 채어짐이라는....
나아가 글쟁이는 의당히 부자일 수도
결단코 부자여서도 안된다는
햇살식 궤변에 찬동하는 여성분,
물신성에 함빡 빠진 유희적 편린 같은
생잡이식 사랑놀음은 그만 끝내고
동맥과 정맥이 공들여 빚은
시붉은 열정만으로 사랑하다 사랑하다
쾌히 죽을 여성분은 속히 연락주십시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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