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참회록 1

햇살 이해수 2020. 10. 26. 11:39

참회록 1

 

누가 나를 글쟁이라 불렀던가

영혼은 진즉에 내다팔아 버렸고

상상력조차도 자본화 된 나를

 

누가 나를 들꽃이라 불렀던가

화려히 꽃 한번 피워 보지 못하고

뿌리째 시들어 가고 있는 나를

 

누가 나를 자식이라 불렀던가

엄니 꺼 알알샅샅이 뒤져 가서는

제 새끼 입에다 몽땅 넣어 주는 나를

 

누가 나를 햇살이라 불렀던가

해종일 온기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름 뒤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 나를

 

누가 나를 애비라고 불렀던가

단 음식, 변변한 옷 한 벌 제대로 못 입혀

늘상 추워하던 자식을 전방에  보낸 나를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무리 2  (0) 2020.11.02
달 그리고 아들  (0) 2020.10.31
군대 간 아들아 4  (0) 2020.10.23
촛불 맨드라미  (0) 2020.10.22
뭉게구름  (0) 2020.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