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 1
누가 나를 글쟁이라 불렀던가
영혼은 진즉에 내다팔아 버렸고
상상력조차도 자본화 된 나를
누가 나를 들꽃이라 불렀던가
화려히 꽃 한번 피워 보지 못하고
뿌리째 시들어 가고 있는 나를
누가 나를 자식이라 불렀던가
엄니 꺼 알알샅샅이 뒤져 가서는
제 새끼 입에다 몽땅 넣어 주는 나를
누가 나를 햇살이라 불렀던가
해종일 온기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름 뒤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 나를
누가 나를 애비라고 불렀던가
단 음식, 변변한 옷 한 벌 제대로 못 입혀
늘상 추워하던 자식을 전방에 보낸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