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하에
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
불 타는 녹두 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 위에 아침 햇살 춤춘다 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
기나긴 밤이었거든 죽음의 밤이었거든
저 삼월 하늘에 출렁이던 피에 물든 깃발이어든
목 메인 그 함성소리 고요히 이 어둠 깊이 잠들고
바람 부는 묘지 위엔 취한 깃발만 나부껴
나는 노여워 우노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에 횃불 아래 벌거숭이 이 산하에
기나긴 밤이었거든 투쟁의 밤이었거든
북만주 벌판을 울리던 거역에 밤이었거든
아아 모진 세월 모진 눈보라가 몰아친다 해도
붉은 이 산하에 이 한 목숨 묻힌다 해도
나는 쓰러지지 않아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에 횃불 아래 벌거숭이 산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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