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사골 국물 같은 서정시 한 편 내놓았으면....

햇살 이해수 2019. 9. 10. 11:40

무쇠솥에서 사골이 끓으려면

장시간 숨은 정성이 필요합니다.

처음 불을 붙일 때는 센불로 끓여야 하는데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잘 추슬려야 합니다.

아래로부터 차곡차곡 쌓여 갔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뜨거운 불길이 한순간에 당겨지며

거품으로 채워졌던 욕망의 불길이 끓어 넘칩니다.

쓸데없이 가두었던 거품을 걷어내야

진국을 위한 수련에 들어갑니다.

빠름을 추구하는 자세로는 사골의 맛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은근히 심호흡을 하며 불길로

긴 시간 제 몸속에 갇혀 있던 진액을

남김없이 쏟아내야만 합니다.

좌정이 쉽지 않아 몸 따로 마음 따로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과 허무감에 빠져들어

처음의 시간을 자꾸만 되돌아봅니다.

분노와 노여움이 부딪히며 내는 거친

다툼의 소리들이 뽀얗게 우러날수록

리플리 증세들도 서서히 약해지고 맙니다.

진액이 빠질수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여기저기

모나게 솟아났던 뿔들은 힘없이 가라앉습니다.

무쇠솥 안에서 진국이 되도록 뼛속까지 다

내어놓고 비우고 비워야만 고요한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알 수 있습니다.

감내의 시간은 가고 새들은 날아와 우짖고

나릿물은 이야지야 화음을 맞추고  

비로소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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