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면 좋은 20가지
히죽히죽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야지야
콧노래가 줄줄 쏟아진다
뭘 해도
즐거운 행인이 된다
뭘 먹어도
맛있는 건담가로 변신한다
그 사람을
오, 그린비여! 하고 호칭한다
그 사람에게
나의 단미야! 라고 불린다
향수에 만사무심하던 사람이
갑작스레 관심을 갖게 된다
심드렁하던 들꽃의 이름과 꽃말도
퍽이나 궁금해 한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를 불러 대며
대단히 흡족해 한다
베토벤의 9번 합창을 들으면
위안과 격려 같다며 깊은 감동에 빠진다
지인들에게 유치한 사랑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려 미칠 지경이다
친구들에게 빛나는 커플링을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복달 야단이 난다
누구에게나 방시레 웃어 주는
미소 천사가 된다
타인들에게 두루두루 친절하며
쾌히 흑기사를 자처한다
기면증 환자 같던 잠꾸러기가
카카오톡 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부지런쟁이가 된다
도파민과 β-엔도르핀의 왕성한 분비로
생동감과 화사함이 넘쳐나는 피부미인이 된다
불현듯이 하늘을 올려다 보고
괜스레 해에다 대고 맹세를 한다
별안간 새벽 산책을 하고
공연히 풀잎 위에다 속다짐을 적는다
디스토피아를 던져 버리고
희망점이 있는 섬진강을 찾아 간다
낙원을 건설하려고 가슴통을 타고 내리는
비지땀을 훔치며 분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