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일기
잠자는 언니의 머리 맡에
쓰다만 일기장이 눈에 띄길래
무심코 한 줄을 읽어 보고서
언니가 갑자기 가련해졌네
언젠가 한 번 만난 그이에게
짝사랑 하면서 애태우는데
사랑을 하면서 애태운다면
뭣하러 사람들은 사랑을 할까
하지만 나만은 자신이 있어
누구도 내 마음 빼앗지 못해
궁금해 또 한 장을 넘겨 봤더니
그이가 보냈다는 메모 쪽지에
파랗게 내려 쓴 낙서를 보고
언니가 갑자기 가엾어 졌네
아가씨 내 마음을 믿지 말아요
그대를 사랑할 수 없다고 하니
잠자는 언니를 바라보다가
기나긴 이 한 밤을 꼬박 새우고
내일은 그이를 대신 만나서
언니의 일기를 말해 줄 테야
언니의 사랑을 고백할 테야
언니의 일기를 말해 줄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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