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나 잘살고 있는 거지?

햇살 이해수 2020. 9. 3. 09:24

나 잘살고 있는 거지?

 

거룩한 가난뱅이 묵자의 말씀 중에

‘무고부귀’란 말이 있는데

아무런 까닭도 없이 부귀하다는 뜻이다.

 

조상에게 밥 한 술 얻어 먹는 일이 없고

남의 음식을 빼앗아 먹은 적은 더더욱 없으니

비록 남루한 옷을 걸친 묵자의 생이지만

진정한 미담가화인 것이다.

 

게으른 가난뱅이 나란 작자가

‘말만부자’라고 지꺼렸는데

월말에는 웃음이 가득찬 썩을놈이라는 말이다.

 

초에는 애오라지 땡전 한 푼 뿐인 빈손인데

자본적 셈법과 교언영색으로 말을 넘기고 있으니

답답하고 판에 박힌 일상의 반복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은 권태감이 찾아들 틈이 없다.

 

이녁,

나 곧잘 살고 있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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