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남산 낙엽길

햇살 이해수 2021. 11. 14. 06:58

남산 낙엽길

 

나는 박달나무보다 더 단단한

관념덩어리의 방안풍수다

 

문 꼭 잠그고 하는 꼬락서니라곤

말만 번지르르한 현학의 헛발질이요

귀만 솔깃하게 만드는 서생의 헛나발뿐

 

나는 청개구리를 훨씬 넘어선

징글징글하게 말 안 듣는 쇠새끼다

 

대관절 호시절에는 무얼 하고서

살쩍이 희끗해서야 남산을 오른다고

낯살을 데룽 매달고 사람들을 만난다고

 

뚝발이 사유일랑 그냥 방안에 둔 채로

까짓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자스라!

 

산열매 내음 몰칵거리는 갈바람 얻어 타고

노랗고 붉은 융단을 빠삭빠삭 밟으며

낙엽길에서 가을볕처럼 어슬렁대자꾸나

 

그러고 나서

빗장을 풀고 방을 치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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