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낙엽길
나는 박달나무보다 더 단단한
관념덩어리의 방안풍수다
문 꼭 잠그고 하는 꼬락서니라곤
말만 번지르르한 현학의 헛발질이요
귀만 솔깃하게 만드는 서생의 헛나발뿐
나는 청개구리를 훨씬 넘어선
징글징글하게 말 안 듣는 쇠새끼다
대관절 호시절에는 무얼 하고서
살쩍이 희끗해서야 남산을 오른다고
낯살을 데룽 매달고 사람들을 만난다고
뚝발이 사유일랑 그냥 방안에 둔 채로
까짓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자스라!
산열매 내음 몰칵거리는 갈바람 얻어 타고
노랗고 붉은 융단을 빠삭빠삭 밟으며
낙엽길에서 가을볕처럼 어슬렁대자꾸나
그러고 나서
빗장을 풀고 방을 치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