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란 작자가
선후배와 동기 등의
정친한 글쟁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스크 속 얼굴들이 죄다 흙빛이다
타인의 크고 작은 애환과 고독의 시간들을
자기 것이나 된 듯이 실심으로 아파하며
땅이 꺼질 듯한 한숨으로 온밤을 지새운 탓일 것이다
언제나없이 타인에 대한 안쓰러움과
연민의 정으로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엉엉 테울며 지면에 섰을 것이다
이렇듯 타인과의 공감적 이해와 정서적 교감으로
구성되어 있는 글쟁이들의 가슴속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친애가 걸어 놓은
‘측은지심’이라는 자선 냄비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글쟁이의 기저는
맹목적 사랑이다
물론 나 같은 지독한 에고이스트는 빼고 말이다
사적 욕망에 사로잡혀
물신성의 포로가 된지 오래된 나여,
제발 바라건대 어서 빨리 절필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