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똥파리들아
전도관 옆
넓은마당에서
해종일 뛰어놀던
때꼬장물이 줄줄
흐르던 개구쟁이들아
어느새 눈물의
깊이를 잴 줄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렸구나
무정세월을 한 삽 떠다
거기, 달고나 박달팽이 팔던
학교 앞 풍경 속에
빠뜨려 줄까
물방개처럼 매암 도는
그리운 얼굴들아
안정사 뒤
산중턱에서
입치레로 따 먹던
아카시아꽃 같은
향기로운 추억들아
어느덧 옛날이
현재를 이끌어 갈
즈음이 되어 버렸구나
지난 시간을 거슬러
거기, 도란도란 정겨웁던
학교 내 등나무 벤치에
데려다 줄까
풍금의 하얀 건반처럼
순백한 동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