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왕십리 똥파리들아

햇살 이해수 2022. 3. 11. 09:36

왕십리 똥파리들아  

 

전도관 옆

넓은마당에서
해종일 뛰어놀던

때꼬장물이 줄줄

흐르던 개구쟁이들아

어느새 눈물의

깊이를 잴 줄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렸구나

무정세월을 한 삽 떠다
거기, 달고나 박달팽이 팔던
학교 앞 풍경 속에

빠뜨려 줄까 

 

물방개처럼 매암 도는 

그리운 얼굴들아


안정사 뒤

산중턱에서

입치레로 따 먹던
아카시아꽃 같은

향기로운 추억들아

어느덧 옛날이

현재를 이끌어 갈
즈음이 되어 버렸구나

지난 시간을 거슬러
거기, 도란도란 정겨웁던
학교 내 등나무 벤치에

데려다 줄까

 

풍금의 하얀 건반처럼 

순백한 동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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