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작달비 내리는 날에

햇살 이해수 2022. 8. 9. 06:41

작달비 내리는 날에

 

홍제동 핸드폰가게 앞

야채장시 저 할머니

앙상한 손꼽데기로

우산을 꼭 붙들고 

소라게처럼 앉아 계신다

 

아이고 할머니

이 빗속에 어찌 나오셨어요?

응, 우리 며느리가 

곧 데리러 온다고 했어

사무치는 한살이의 고단함이여

 

야채 전부 해서 얼마예요?

그냥 3원만 줘

노지 거라 겁나게 맛나

주섬주섬 챙겨 주시는

정 묻어나는 실존이여

 

고마워 복 받을 겨

할머니 전 이미 새끼들이란

커다란 복을 받았는 걸요

싹싹 쓸어 담으시는

수수로운 한숨 쪼가리여

 

추적대며 애잔하게 비 내리는데

웬수놈의 시상....

라면서 가까스로 일어서신다

할머니의 주름살 같은

우굴쭈굴한 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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