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달비 내리는 날에
홍제동 핸드폰가게 앞
야채장시 저 할머니
앙상한 손꼽데기로
우산을 꼭 붙들고
소라게처럼 앉아 계신다
아이고 할머니
이 빗속에 어찌 나오셨어요?
응, 우리 며느리가
곧 데리러 온다고 했어
사무치는 한살이의 고단함이여
야채 전부 해서 얼마예요?
그냥 3원만 줘
노지 거라 겁나게 맛나
주섬주섬 챙겨 주시는
정 묻어나는 실존이여
고마워 복 받을 겨
할머니 전 이미 새끼들이란
커다란 복을 받았는 걸요
싹싹 쓸어 담으시는
수수로운 한숨 쪼가리여
추적대며 애잔하게 비 내리는데
웬수놈의 시상....
라면서 가까스로 일어서신다
할머니의 주름살 같은
우굴쭈굴한 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