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왕십리 똥파리들아
전도관옆 넓은마당에서
해종일 뛰어놀던
때꼬장물 줄줄 흐르던 개구쟁이들아
팔방구슬처럼 영롱한 동무들아
어느 새 생의 깊이를 잴 줄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렸구나
겨우른 세월을 한 삽 떠다
거기, 뻔데기 박달팽이 달고나 팔던
학교앞 풍경 속에 빠뜨려 줄까
안정사뒤 산중턱에서
군것질용으로 따먹던
아카시아꽃 같은 향기로운 추억들아
풍금의 건반처럼 하이얀 동심들아
벌써 추억이 삶을 이끌어 갈
나이가 되어 버렸구나
애시룬 시간을 싹둑 잘라서
여기, 도란도란 정겨웁던
등나무 벤치에 데려다 줄까
물방개처럼 매암도는 얼굴들아
만나면 함박꽃으로 웃고 헤어지면
달맞이꽃으로 매양 기다려지는
이 뱃속까지 환한 지기지우들아!
참말로 보고 잡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