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청소부와 김치장사

햇살 이해수 2023. 1. 26. 08:37

청소부와 김치장사

 

밥 구하는 장소를 몰라 

갈팡질팡 헤매다 보면

청소부였던 울 아비가

애드럽기 그지없다

 

찌릿찌릿 쥐 나던 다리로

연탄재를 수레에 가득 싣고 

빙판이 된 새벽길을

어찌 그토록 내달리셨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실존의 처지를 인정하고

어금니를 앙다물고

뼛심으로 감내하셨던 것을

 

밥 구하는 방법을 몰라 

기웃기웃 들여다보면
김치장사였던 울 엄니가

왈카닥 생각난다 

 

아릿아릿 저린 어깨로

묵은지를 머리에 잔뜩 이고

칠흑 같은 밤길을

어찌 그리도 떠다니셨는지?

 

제비 새끼 같은 우리를

거두어 먹이려고

당신을 내팽개치고

아등바등 사셨던 것을

 

그런데 말이야

'나'란 자는 요 모양 요 꼴로 

철퍼덕 주저앉아

이다지 징징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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