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당신은 횡단보도를 넘어오는
차에 겁먹 듯 주춤거린다.
당신이 피로를 잊으려고
허리띠를 풀고 잠을 청하는 동안
나는 쓴 담배를 뻑뻑 빨아대며
괴로워하고 있다.
당신의 욕망에 못 미치는
나의 소심함이여
나의 망설임에 반하는
당신의 당당함이여!
하루는 이렇게 소비되어
내세운 전술은 결국 허물어 진다.
전술은 솔방울 같이
딱딱한 타협으로 변해
언제나 합리로 전향할 수 있는 것.
대열에 있을 때보다도 혼자 있는 동안,
배가 고플 때보다
배를 다 채운 뒤에 가능한 것.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나려 해도
나는 교통카드의 잔금을 눈여겨 보며
집으로 향한다.
당신이 생각했던 곳을 아쉬워하는 동안
나는 주머니 속의 월세방 열쇠를 만지며
바쁘게 걷는다.
그러나 나는 우울해 하지 않는다
밀린 방세와
동절기 난방비를 걱정하고
장마철에 빗물 드는 구두를 투정하는
소시민이기 때문이다.
문제들은 해결책에 들어 있지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나 하나일 수 없어
슬퍼하고 분노하고 후회하고
나는 그래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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