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밥은 사랑입니다

햇살 이해수 2021. 9. 25. 16:55

언제 밥 먹어요?

배고파 죽겠다고요!

 

난 참 한심했습니다

요냥조냥 머슴밥으로 봉곳이 담아

아무때나 엄벙뗑 먹여 주면

그녀의 허기지고 고달픈 생이

배부르고 등 따스워져서

기분 좋게 끅끅 트림해 댈 줄 알았습니다

 

난 정말 바보였습니다

얼마나 아팠으면....

바짝 말라 버린 그녀의 가슴을

싹 다 갈아엎고 더운물을 댄 후에

모내고 피사리하여 가을걷이한 인정미로

따순밥 해 달라는 것을 그땐 전혀 몰랐습니다

 

혹여나, 동정론에 인도되어

그녀가 다시금 나를 찾아와서

오새도새 한솥밥을 먹을 수 있다면

입에 착착 달라붙는 고급진 마님밥으로

때맞춰 한 술 두 술 곡진히 떠먹여 주면서

포만감으로 웃어 쌓게 해 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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