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장맛비 내리는 날의 단상

햇살 이해수 2022. 6. 30. 16:47

장맛비 내리는 날의 단상 

 

사랑은 기분 좋은 쓴맛의

에스프레소 같다는 사람도

 

암탉도 아니면서 알을 품고

포시시 잠이 드는 사람도

 

이 밤, 쟁쟁대는 풀벌레의

속내를 알 것 같다는 사람도

 

햇귀가 내비치면 별수없이

밥 구하러 나가야 하는 사람도

 

당신이 이해되지 않아서

성큼성큼 다가왔다는 사람도

 

천덕구니 소졸의 개망초에게

이영차! 응원가를 불러주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극히 투명한 것들이

진짜배기 그리움이라는 사람도

 

슬픔은 별처럼 형형히 빛나야

찬란하게 부서진다는 사람도

 

일상과 이상의 불협화음으로

자기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사람도

 

자신의 뜨거워진 맥박을

저기 광장에 바치겠다는 사람도

 

네 것도 아닌 우리 것도 아닌

오직 나만의 것이라는 사람도

 

건망증으로 내게로 오는 길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는 사람도

 

성형외과 앞에서 흘러가지 않는 것은

강물이 아니라고 웨웨치는 사람도

 

어금니를 앙다물고 견디어 낸

인간사 상처투성이 같은 사람도

 

삶이란 이 얼마나 아리송한 

문장인가? 라고 물음표를 찍는 사람도

 

살아가는 것은 피가 나는 발톱으로

영웅담을 쓰는 일이라는 사람도

 

꽃잎을 정히 떨구어야

열매가 맺힌다는 살터의 이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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