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여관
온갖 시비곡절을 따지던
바깥세상은 냅다 버리고
고즈넉한 수덕여관을 찾았던
한국 여성의 첫 선각자였던
나혜석은 무연고자가 되어서
정처없이 떠도느냐고 없고
파격적인 연애주의자였던
김일엽은 만공선사를 따라서
면벽참선 하느냐고 없고
동서양의 화풍을 넘나들었던
이응로는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감옥살이 하느냐고 없는데
그럴싸한 시객인 척하였지만
침 발린 말이나 휘갈겨 쌓던 난
이제서야 수덕여관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