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 먹기에도 밥그릇이 작다
이웃들과 나누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거칠다
내내 밥 주위를 어슬렁거렸지만
나를 배불릴 만한 밥은 어디에도 없다
밥이 있는 자리마다 배고픈 자들로 꽉 차 있다
미덕을 제공할 수 있는 배부른 자들은 더한층 바쁘다
잠깐의 심호흡과 잠깐의 딴생각이 필요한데도....
심장이 찬 까닭이다.
나는 호시탐탐 밥을 노리고 있지만
밥이다 싶은 것들은 혀를 차며 날 올려다본다
밥이 윤기나게 폼을 잡으며 나를 무시하고 있다
내 밥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나의 행색을 살피다가 아니 살피는 척하다가
곧바로 한 열흘쯤은 굶을 수 있는
배불뚝이 사람들에게 기꺼이 주걱을 바친다
지상의 이 밥은 이미 나의 밥이 아니기에
난 밥을 원하지 않는다!고 소리쳤더니
나의 밥이라고 할 수 없는 밥들이 총총 나를 떠났다.
모두들 각자의 밥그릇 채우기에 여념이 없는 오늘,
밥을 구걸하기 위해 밥의 각설이가 되어
밥솥을 찾아 골골샅샅이 유랑하다가
장렬히 객사하게 될 꼭 나 같은 너여!
모든 인간들은 차별없이 먹어야 한다며
제 밥그릇을 이웃에게 서슴없이 나누어 주고
허기를 자처한 거룩한 가난뱅이인 묵자를 알현하고
넙죽 큰절을 올리자구나.
'세상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월대보름 오행시 (0) | 2019.02.19 |
---|---|
넌 어느 별, 무슨 과 출신? (0) | 2019.01.28 |
나비처럼 날아서 좋은 세상으로.... (0) | 2018.12.20 |
87년이냐 91년이냐 (0) | 2018.11.20 |
태양이 될 수 없다면 별이 되거라 (0) | 2018.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