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큰절을 올리다

햇살 이해수 2019. 1. 2. 12:45

내가 혼자 먹기에도 밥그릇이 작다

이웃들과 나누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거칠다

내내 밥 주위를 어슬렁거렸지만  

나를 배불릴 만한 밥은 어디에도 없다

밥이 있는 자리마다 배고픈 자들로 꽉 차 있다

미덕을 제공할 수 있는 배부른 자들은 더한층 바쁘다

잠깐의 심호흡과 잠깐의 딴생각이 필요한데도.... 

심장이 찬 까닭이다.

 

나는 호시탐탐  밥을 노리고 있지만

밥이다 싶은 것들은 혀를 차며 날 올려다본다

밥이 윤기나게 폼을 잡으며 나를 무시하고 있다

내 밥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나의 행색을 살피다가 아니 살피는 척하다가

곧바로 한 열흘쯤은 굶을 수 있는 

배불뚝이 사람들에게 기꺼이 주걱을 바친다

지상의 이 밥은 이미 나의 밥이 아니기에 

난 밥을 원하지 않는다!고 소리쳤더니

나의 밥이라고 할 수 없는 밥들이 총총 나를 떠났다.

 

모두들 각자의 밥그릇 채우기에 여념이 없는 오늘,

밥을 구걸하기 위해 밥의 각설이가 되어 

밥솥을 찾아 골골샅샅이 유랑하다가 

장렬히 객사하게 될 꼭 나 같은 너여!

모든 인간들은 차별없이 먹어야 한다며

제 밥그릇을 이웃에게 서슴없이 나누어 주고

허기를 자처한 거룩한 가난뱅이인 묵자를 알현하고 

넙죽 큰절을 올리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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