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대하여 1
새벽 두시 반, 단잠쯤은 강탈되어도 좋으니
그리움의 본성 위에 기다림의 본성을 덧대는
무위한 머릿속에서 좀더 생산적인 사고를 해 보자
번번이 감각하지만 기다림은 한계와 경계가 없어
실체가 흐리멍덩하고 더블어 현실과 이상의 이미지가 겹치고
공간 이동이 잦아 섣부른 자포자기적 감정에 빠지기 쉽다는
태생적 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비록 본성은 그러하지만 은폐시켜 놓은
‘곡진한 슬픔’이라 불러도 될 성싶은 기다림,
그 기다림의 번뇌가 거름이 되고 씨앗으로 영글기까지
쉼 없이 썩히고 비워야겠다
있음의 유익함도 없음의 쓰임에서 나온다는 노자의 말씀을 되뇌며
다 내려놓을 줄 아는 달맞이꽃처럼
조급함을 털어 낼 줄 아는 해바라기처럼
가뿐하고 진득하게 그대를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