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으로 산다는 것은
봄뜻이 그윽한 모란시장에서
원죄를 뒤집어 쓰고
성 감별을 당한 채
배좁은 종이 상자 안에서
꾸벅잠을 자고 있는 수평아리들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에서
자신의 족속들을 보호하고
번식시키고자
대가리가 터지도록
싸움박질을 해야 하는 아이벡스들
정차게 파안대소하던 거실에서
희끗한 귀밑머리의 퇴근한 그에게
깝신 겉시늉으로 인사하고
뿔뿔이 흩어지는 자식들을
씁쓰레 바라보는 아비들
아, 가엾고 딱하고
구슬픈 수컷의 한살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