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기다림입니다
사랑 같은 것,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먼저 배불리 먹이고 나서
이따가 배 터지게 합시다요
안달하다 그냥 가면 어쩌냐고요?
어휴, 다행이다 싶네요
그건 본래 참사랑이 아니었을 것이니까요
인연 같은 것,
추워하는 이웃들을
우선 따숩게 입히고 나서
나중에 냉철히 판단해 봅시다요
앵돌아져 가 버리면 어쩌냐고요?
차라리 잘되었다 싶네요
그런 얄팍한 인연은 곧 악연이 될 테니까요
행복 같은 것,
심술궂은 불행들을
일단 다독여 재워 놓고서
가만히 기다리는 것입니다요
영영 오지 않으면 어쩌냐고요?
이만하면 족하다 싶네요
앞서 아이들이라는 큰 행복을 만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