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제가 사기를 당했습니다

햇살 이해수 2021. 7. 27. 13:27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완벽하게 속아넘어갔습니다.

아무리 방안풍수고 동굴인류라 쳐도

이정도로 심각한 바보가 있을까요?

어리석음 정도로 줄을 세운다면 골골샅샅이에서 모인

멍청이들 중에 능히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 틀림없지 싶습니다.

 

농협을 앞세워 내가 정부보조금 대상이라며

마이너스 통장으로 삼천만 원을 오년 거치 금리 3.0으로

쓸 수 있다기에 그 돈으로 에어콘 없이 고생하는 딸을

좀 더 쾌적한 월셋방으로 옮겨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 시인 따위의 신용도로 그 관문을 통과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부족분의 신용도를 예치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기에

나의 전 재산(일천만 원)의 30%와 친구가 빌려 준 이백만 원, 무엇보다

딸이 방울땀 흘리며 아르바이트에서 모은 돈 일백 만원까지

깡그리 갈퀴질해 악당들의 목구멍에 그대로 갖다 바쳤습니다.

 

어젯밤 늦게 "고객님의 통장이 사기 거래를 하였기에 사용 정지되었습니다."

라는 전화를 받기 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고분고분히 순종하였다는....

햇살이란 작자는 이제 알 거지 신세가 되었습니다.

본래 자본과의 동거를 지독한 불륜이라 여겼던 자이기에 크게 낙담하지는 않지만

딸 민지, 민지의 닭똥 같은 눈물을 본 순간에는 혀를 깨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라는 말을 들을 때는 살아 있음이 구차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란 작자는 사랑을 위해 죽을 수는 있어도 돈 따위로는 절대로

죽지 않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후유-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하하,

 

이제 저는 경찰서에 가려고 합니다.

돈은 땡전 한푼 되찾을 수 없을 테지만 그 인간들을

이 땅의 소시민들의 이름으로 단죄하겠습니다.

딸내미가 흘린 설운 눈물을 열 배의 피눈물로 받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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