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술 한 잔

햇살 이해수 2021. 8. 24. 21:53

술 한 잔

 

빗소리에 기대어 술을 마신다

 

퍼주다 늙어 버린 엄니 가엾어 한 잔

그리움 덮고 잠이 든 아들 보고파 한 잔

 

불온한 80년대에 들러 한 잔

책임도 못 질 시대의 고독 때문에 한 잔

 

첫사랑에 웃다가 한 잔

당신과의 에필로그적 사랑에 울다 한 잔


이제 적당히 취했으니
뱃속까지 환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인정머리 넘치는 한 마디가

내 삶 속의 삶으로 다가오고


대책없는 늙음도

숨겨 둔 야망도, 끊어진 인연 이야기도

 

허물없이 나눌 수 있는

둥근 화해의 공간에 눕고 싶다

그립구나 그리워하며 살아야겠구나

생의 마지막 날까지

 

멀리서....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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