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빗소리에 기대어 술을 마신다
퍼주다 늙어 버린 엄니 가엾어 한 잔
그리움 덮고 잠이 든 아들 보고파 한 잔
불온한 80년대에 들러 한 잔
책임도 못 질 시대의 고독 때문에 한 잔
첫사랑에 웃다가 한 잔
당신과의 에필로그적 사랑에 울다 한 잔
이제 적당히 취했으니
뱃속까지 환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인정머리 넘치는 한 마디가
내 삶 속의 삶으로 다가오고
대책없는 늙음도
숨겨 둔 야망도, 끊어진 인연 이야기도
허물없이 나눌 수 있는
둥근 화해의 공간에 눕고 싶다
그립구나 그리워하며 살아야겠구나
생의 마지막 날까지
멀리서....
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