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그립지 않은 그리움

햇살 이해수 2021. 9. 4. 02:51

그립지 않은 그리움

 

숫저운 유년 시절,

만국기 팔랑거리던 운동회 날에

섬섬한 흰 손으로 풍금을 잘 타던

얄푸른 제비꽃 같았던

그 소녀는 아련히 그리웁고

 

꽃봉오리 청년 시절,

최루탄 연기 자우룩한 거리에서

올찬 목청으로 민주주의를 웨웨치던

붉은 양귀비꽃 같았던

그 여학생은 애틋이 그리운데

 

혈혈한 중년 시절,

괭하게 코팅된 입발림의 향연장에서

카카오톡이 연분이라며 짝을 맺어 준

각색의 수국 같았던

그 여자는 애써 그리워할 필요가 없다

 

별별 SNS를 통해서

그녀를 속속들이 내리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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