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지 않은 그리움
숫저운 유년 시절,
만국기 팔랑거리던 운동회 날에
섬섬한 흰 손으로 풍금을 잘 타던
얄푸른 제비꽃 같았던
그 소녀는 아련히 그리웁고
꽃봉오리 청년 시절,
최루탄 연기 자우룩한 거리에서
올찬 목청으로 민주주의를 웨웨치던
붉은 양귀비꽃 같았던
그 여학생은 애틋이 그리운데
혈혈한 중년 시절,
괭하게 코팅된 입발림의 향연장에서
카카오톡이 연분이라며 짝을 맺어 준
각색의 수국 같았던
그 여자는 애써 그리워할 필요가 없다
별별 SNS를 통해서
그녀를 속속들이 내리꿰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