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능소화 지던 날

햇살 이해수 2021. 9. 6. 15:21

능소화 지던 날

 

온실 속 화초에게

눈길 한번 잘못 주었다가

자책과 죄의식으로 뛰어내린

마두동 능소화를 본다

삼가, 본다

 

자존심과 열정이 하늘 위로

길길이 치뻐치던 꽃이었다

꽃이었는데,

욕된 제 눈을 찔러

붉은 피로써 생을 마감하였다

 

이색적 풍경과 감정에 휘말려 눈 먼 죄

똑바로 바라봐야 할 걸 곁눈질한 죄

손끝 신기루를 봐 버리고 후회한 죄

 

피냄새 진동하는

담장 밑 꽃무덤,

뜻을 이루지도 못한 채

땅보탬한 죄인은 

죽어서도 핼끔 곁눈질이다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내  (0) 2021.09.17
술이 문제다  (0) 2021.09.08
구월 민들레  (0) 2021.09.05
그립지 않은 그리움  (0) 2021.09.04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10행시  (0) 202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