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주교동 엘레지

햇살 이해수 2022. 3. 24. 08:15

주교동 엘레지

 

일개미조차 쉬는 휴일

특근수당도 없이

폐지(紙)를 줍던

꼬부랑 늙은이가

호졸근히 퇴근한 봄밤

 

우일시장 사거리에서

슬리퍼를 짝짝거리며 

해진 추리닝 바람으로

만취해서 돌아다니던 

말라깽이 사내는

 

행복한 마트 앞에서

악악거리다가

내일 월요일에게 

멱살을 잡힌 채로

질질 끌려가고

 

청승맞은 속사연을

아직 뱉어 놓지 못한

80년대 풍의 사람들이

겨우 살아가는 이곳도

복된 일산의 신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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