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온다는 것은
여름 기상 나팔수였던 참매미가
죽은 지 사흘 만에
가을 전령병인 애귀뚜라미로
이야지야 부활한다는 것이고
고승처럼 서 있던 선운사 배롱나무가
천덩천덩 떨군 선지피를
영광,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이
온존히 받아 마신다는 것이고
갯금불초 다비에서 나온 사리가
동구 밖 사랫길을 따라
다당실 춤을 추는 살사리꽃으로
쾌히 전생한다는 것이고
에덴의 철부지들이 따먹던 풋사과가
홍제동 인왕시장 내
과일장수가 파는 시붉은 홍옥으로
소담히 익어간다는 것이고
무소불위의 초록군을 피해
궁협에서 암약하던 각색의 이파리들이
갈바람의 명에 따라 적황색군으로 위장해
신작로로 출병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