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라는 동선을
허황된 그를
망상에서 깨우듯이
세찬 비바람이 창문을 때리던 날에도
집안 그득히 궁탄은 그대로고
깡마른 살림들은 파리하게 그대로고
아침잠이 덜 깬 의욕도 게슴츠레 그대로다
허허바다 너머에 살고 있다는
애인 W와의 관계도 건조로이 그대로고
평론가 C와의 상투적인 아침 인사도 그대로다
썩지 말라고 넣어 둔 냉장고 안의
희망쪼가리도 냉소를 안고 그대로고
TV 속의 비실존적인 뉴스도 친절스레 그대로다
별의별 교설로
시민들을 기망하던 위정자들은
당분간은 짐짓 풍악소리를 멈춘다는데
원죄를 쓴 후배들의
고단한 팔뚝질은 언제나없이 그대로고
설움 묻어나는 유인물도 엄숙하게 그대로다
저렇듯 거침없이 휘몰아치는데도
빌어먹을, 속사의 그것들이 그대인 건
섬뜩하게 두렵다
자본이라는 유족한 동선을 뒤쫓는
혹은 앞장서 가는 천박하고 조급한
탈이데올로기적인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