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자본이라는 동선을

햇살 이해수 2020. 7. 3. 06:44

자본이라는 동선을

 

허황된 그를

망상에서 깨우듯이

세찬 비바람이 창문을 때리던 날에도

 

집안 그득히 궁탄은 그대로고

깡마른 살림들은 파리하게 그대로고

아침잠이 덜 깬 의욕도 게슴츠레 그대로다

 

허허바다 너머에 살고 있다는

애인 W와의 관계도 건조로이 그대로고

평론가 C와의 상투적인 아침 인사도 그대로다

 

썩지 말라고 넣어 둔 냉장고 안의

희망쪼가리도 냉소를 안고 그대로고

TV 속의 비실존적인 뉴스도 친절스레 그대로다

 

별의별 교설로

시민들을 기망하던 위정자들은 

당분간은 짐짓 풍악소리를 멈춘다는데

 

원죄를 쓴 후배들의

고단한 팔뚝질은 언제나없이 그대로고

설움 묻어나는 유인물도 엄숙하게 그대로다

 

저렇듯 거침없이 휘몰아치는데도

빌어먹을, 속사의 그것들이  그대인 건

섬뜩하게 두렵다

 

자본이라는 유족한 동선을 뒤쫓는

혹은 앞장서 가는 천박하고 조급한

탈이데올로기적인 것들이....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에 대하여 6  (0) 2020.07.11
회상 2  (0) 2020.07.09
넌 모란?  (0) 2020.06.22
동굴 탈출기 1  (0) 2020.06.20
예언 4  (0) 202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