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시미즘에 빠지다
천상의 연인 직녀와 견우는
칠석우 때문에
결국은 만나지 못하는 것을
얄팍한 대나무로 만든 배로는
심활한 은하수를 건널 수 없는 것을
지상의 정인 그대와 나는
장맛비 때문에
이처럼 만나지 못하는 것을
동전 한 닢으로 만든 배로는
강악한 황금강을 건널 수 없는 것을
마주보고 울다가 스러져 가는
저 별들처럼
우리도 소멸해 가는 우리의 인연을
덤덤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
에라, 이놈의 세상, 사랑하긴 영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