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 벌러 가는 길,
늙어 추레한 애마 올라타서 이랴 가자! 하면
스피커를 통해 틀림없이 안부를 묻는
정 묻은 그의 목소리.
매캐한 바람이 불던 87년 초가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처음 공연하던 날,
노오란 녹두꽃 한 다발을 들고
우리 곁으로 온 청송녹죽 같은 그.
가을비가 애잔하게 내리던 1989년 시월
퀴즈아카데미 최강전이 열리던 날,
통기타를 튕기며 가슴으로 불러 젖히던
수줍음이 참 많던 그.
헐레벌떡 달려온 홍이 김광석이 죽었다고
정말? 말도 안돼 왜? 몰라
1996년 1월 6일 그가 하늘문 열던 날,
난 책방 문 닫고 삼일 간 실성통곡했어.
부릉부릉 할리데이비슨 타고
복사꽃처럼 환해진 마흔 살의 그,
뒷자석에 현식이형 태우고 도화나무길 따라
룰루랄라 도솔천 여행하였다고?
하얗게 아카시아꽃 피던 날,
목이 터져라 그의 노래 따라 부르다가
쾅, 남의 잘난 말 덮쳐 중상 입혀 놓고
나의 애마는 장렬히 전사했지.
하루를 살면 하루치의 절망이 쌓이는 날,
쐬주 안주 중 최고라는 그의 노래를
안주 삼아 얼큰히 취한 검은 밤이면
하 보고자픈 질그릇 같은 그의 웃음!
그로 시작해 그로 끝난 하루,
‘천재들은 왜 일찍 떠나는 거야?’ 라던....
난 바보 천치니까 천년만년 살 테고
그런고로 그의 노래 실컷 들을라네.
오늘 당신의 아득한 뒷모습을 본다
내일, 당신이 없어도 난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늘상 함께 듣고 함께 불러 대던
그의 노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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