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김광석, 그리고 당신

햇살 이해수 2021. 9. 11. 05:44

한 푼 벌러 가는 길,

늙어 추레한 애마 올라타서 이랴 가자! 하면

스피커를 통해 틀림없이 안부를 묻는

정 묻은 그의 목소리.

 

매캐한 바람이 불던 87년 초가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처음 공연하던 날,

노오란 녹두꽃 한 다발을 들고

우리 곁으로 온 청송녹죽 같은 그.

 

가을비가 애잔하게 내리던 1989년 시월

퀴즈아카데미 최강전이 열리던 날,

통기타를 튕기며 가슴으로 불러 젖히던

수줍음이 참 많던 그.

 

헐레벌떡 달려온 홍이 김광석이 죽었다고

정말? 말도 안돼 왜? 몰라 

1996년 1월 6일 그가 하늘문 열던 날,

난 책방 문 닫고 삼일 간 실성통곡했어.

 

부릉부릉 할리데이비슨 타고

복사꽃처럼 환해진 마흔 살의 그,

뒷자석에 현식이형 태우고 도화나무길 따라

룰루랄라 도솔천 여행하였다고?

 

하얗게 아카시아꽃 피던 날,

목이 터져라 그의 노래 따라 부르다가

쾅, 남의 잘난 말 덮쳐 중상 입혀 놓고

나의 애마는 장렬히 전사했지.

 

하루를 살면 하루치의 절망이 쌓이는 날,

쐬주 안주 중 최고라는 그의 노래를

안주 삼아 얼큰히 취한 검은 밤이면

하 보고자픈 질그릇 같은 그의 웃음!

 

그로 시작해 그로 끝난 하루,

‘천재들은 왜 일찍 떠나는 거야?’ 라던.... 

난 바보 천치니까 천년만년 살 테고

그런고로 그의 노래 실컷 들을라네.

 

오늘 당신의 아득한 뒷모습을 본다

내일, 당신이 없어도 난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늘상 함께 듣고 함께 불러 대던

그의 노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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