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심학산에서 배우다

햇살 이해수 2021. 9. 12. 18:05

왁자지껄한 둘레길 입구,

호호백발의

더덕 한 바구니가

밥 한 그릇을 열망하고 있다

 

내가 산에 오르는 까닭은

무화된 논리로 뻔질난 척

조소하는 나와는 다르게

과감무쌍하게 낡은 옷를 벗고

주저없이 새옷으로 갈아입는

아름드리나무의 노마디즘과

세찬 바람비와 폭설에도 불구하고

끄떡없고 말짱한 수투바위의

태연자약함을 배우기 위함이다

 

 

내가 숲으로 들어가는 까닭은

버리기도 전에 또 채우려고 하는

나 같은 욕심보와는 다르게

온 산 골골샅샅이에다

녹색의 잔치상을 차려 놓고

달곰삼삼한 피톤치드와 명주바람을

모두에게 고루고루 나누어 주는 

배려심 많고 욕심 없는 숲의

함께살이 철학을 공부하기 위함이다

 

내가 하늘을 우러르는 까닭은

자본 쟁탈전 승자가 독차지하는

부박한 세상과는 다르게

모두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

네오내오없이 차별이 없고

사람들의 무등한 세상을 지향하는

더없이 맑고 푸르면서도

정바른 하늘의

진여일색의 가르침을 받기 위함이다

 

‘꼬르륵고르륵‘ 

약천사에서 들려 오는 

공염불 소리인가

할머니, 이 더덕 얼맙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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