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이별의 광장에 서서

햇살 이해수 2021. 9. 15. 12:34

차라리 날....

당신의 마지막 말이 생각났다

 

─왜 그런 말을 하지?

─당신이 원하는 걸 못해 줄 것 같아서

시를 적다가 또 생각났다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가 도착하기도 전에

포기한 당신의 사랑은 지탄받아 마땅하다만

항시 비뚜루 선 채 야유와 비웃음만 보내고 있는

이 막돼먹은 시대에

온혈과 더운약은 물론이거니와 열루까지도

서슴없이 나에게 건네주던 당신은

미워해서도 원망해서도 안되는 사람,

더없이 고맙고 감사한 사랑이다

 

내 맘이 닿을 수 없는

아니 닿아서도 안되는 곳으로

당신을 보내 놓고

여기 이별의 광장에 서서

수북이 쌓여 있는

아쉬움과 회한덩이를 가만히 보고 있다

고스란히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다

나는 무슨 수로 극복할 것인가

솔직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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