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문다
그때쯤엔 너만의 눈과
너만의 입술이 기억나도
이젠 저미지는 않을 것이다
거리 한복판 광화문 광장에서
아무것도 없는 채로
아무것도 아닌 채로
아무것도 못한 채로
어제의 스러지는 가슴으로
오늘은 통곡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버스 맨 뒷자리 한 켠
어딘지도 모르게 고개 기대고
짐짓 눈감아 버려도
차창 밖에서 우는 너를
애틋이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랑이 아문다
그때쯤엔 나만의 여밈과
나만의 가슴앓이라도
이젠 메마른 자유로
혼자가 되어도 좋을 듯싶다
늘상 나를 속박시키던
너의 눈웃음치던 사진을
너의 혼혼한 손의 감촉을
우리의 친밀한 김광석을
가만, 내려놓고 산길을 걸으니
요즘은 취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잦은 감상으로 침울하던
나를 버리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서
네 정 묻은 오감을
아무때나 만져 봐도 될 듯싶다
내 심장이 아물 때쯤에도
넌 가만히 날 비감케 할 것이고
너무 많은 고뇌를 안기울 것이다
'너'란 사랑은
'죄닦음’이란 시간으로
'우리'란 기억은
'잊혀짐'이란 망각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