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산국에 대하여

햇살 이해수 2022. 10. 24. 09:46

산국에 대하여

 

산국은 까칠하다

만약 바람이 그의 손이라도 잡을라치면 

단박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가까이 다가가 킁킁 향내를 맡아 보려면

어느새 그는 단봇짐을 꾸려서 이승을 떠난다

그는 우주를 닮아 둥글둥글하고 유연하지만

만지고 당기려는 것은 결코 용서치 않는다

 

산국은 정확하다

질서와 순리가 그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사랑겹고 다정해 보이지만 실은 매우 날카롭다

그는 옷도 끼니도 집도 없이 산기슭에서

가을과 함께 일찰나를 살다 간다

인간들처럼 피고 짐에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한 존재다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추  (1) 2022.10.26
가을 사랑 5  (1) 2022.10.25
철원 주상절리길  (0) 2022.10.21
가을 사랑 3  (0) 2022.10.20
가을 축혼시  (0) 2022.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