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2
사람들의 타는 밑속처럼
잔뜩 째푸린 목요일 하오
하늘문이 제풀로 열리고
누가 바가치눈을 내쏟는다
올겨울엔 눈이 보귀했는데
여의도발 떠도는 설화에
흰 눈이 보태 졌으니까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그나저나 저 쌓인 눈을
툴툴 털며 걷는 사람들 속에
수부룩한 걱정거리를
난 어떻게 털어야 할는지?
세상을 알아 간다는 것은
그만큼 저승에 가까워지는 것!
젠장맞을, 그니처럼 터분한
종생기라도 써야 할지도....
눈이 내리면 눈과 함께
제 상념들이 소복히 쌓이지만
잣눈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녹아 없어지잖아
빙하기에도 빙하가 녹았듯이
작금의 심려도 넌짓 녹으리라
늘상 시끌벅적한 광장에도
제설작업이 곧장 시작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