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보일러 죽다

햇살 이해수 2022. 12. 19. 08:40

보일러 죽다

 

하 추워 불가부득 눈을 떠 보니

‘물보충’이라는 유서를 남긴 채

보일러가 싸늘하게 죽어 있다

 

먼저 얼어죽은 수도꼭지를 따라

장렬히 산화한 것이 틀림없다

삼가 명복을 애긍히 빌어 본다 

 

근데 이렇듯 찬디찬 방에서

구들장을 지고 있으면서도

내 결코 얼음귀신이 되지 않는 건

 

사랑의 발열체가 부착된 

당신의 심장이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오매, 따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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