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와 민들레 잎사귀의 한살이는 끝없는 변화의 시간이다 연야투루빛과 야투루빛, 시붉거나 샛노랗게, 나중엔 갈색으로 변모하면서까지 우리를 순리롭게 만든다 언어를 갖지 못한 잎사귀들은 온몸에 시의적절한 색을 덧칠해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지만 저 붉은 노동판에는 변화가 없다 단지 피맺힌 함성 뿐이다 변화의 물결을 타고 마냥 서핑을 즐기는 잎사귀여! 땃다붓다의 광장에서 나는 30년을 머물렀다 최루성 바람에게 등떠밀려 그곳에 민들레처럼 뿌리를 내렸다 견디는 것이 이기는 거라기에 그냥저냥 꽃피웠다 자발적(거룩한) 가난뱅이임을 자처하며 결의에 찬 모습으로 능동적(천박한) 물질주의자들과 전면전을 펼쳤지만은 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하늘을 지붕 삼아 훌훌, 풍류를 만끽하는 홀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