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악산 기어오르기
자본의 정글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상은 내팽개쳐 버린 채로
공기처럼 거풋하고
구름처럼 무사안일하게
삼악산 초입에 들어선다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맘 다 알아 줄 것 같은
당신과 함께라면
천길 낭떠러지가 두려우랴!
서릿바람을 맞고도
여태껏 살아 피어있는
구절초에 진한 감동을 맛보고
다리가 하들하들 떨리지만
발밑 의암댐의
싱싱한 붕어섬에 군침을 삼키면서
골바람이 영차 등 밀어주고
햇살이 꽉 손잡아 당겨 주고
삐죽빼죽한 바위너설이
인내의 크기를 물어보는
삼 악악악 산에 올라서 보자
그것 봐,
오르다 보니 벌써 용화봉이지?
묵묵히 보람을 맺어 본 오늘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서로의 안부를 챙겨 주는
이야지야 콧노래도 흥겨운 하산길
신선들의 등선폭포를 지나고
금강굴을 빠져나와서는
인간들의 주막집에 앉아
땀 묻은 무용담을 안주로 삼아
시원한 탁배기 한 사발
"난 말이야
세상 끝날까지
이렇듯이
당신의 길동무가 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