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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여관

수덕여관 온갖 시비곡절을 따지던 바깥세상은 냅다 버리고 고즈넉한 수덕여관을 찾았던 한국 여성의 첫 선각자였던 나혜석은 무연고자가 되어서 정처없이 떠도느냐고 없고 파격적인 연애주의자였던 김일엽은 만공선사를 따라서 면벽참선 하느냐고 없고 동서양의 화풍을 넘나들었던 이응로는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감옥살이 하느냐고 없는데 그럴싸한 시객인 척하였지만 침 발린 말이나 휘갈겨 쌓던 난 이제서야 수덕여관에 도착하였다

詩詩한 2022.08.15

마이산에 올라서

마이산에 올라서 폭우로 큰 피해를 당한 지하방 사람들을 위한 고심작이 에계계, '반지하 없는 서울'이란다 그게 실효성 있는 정책이냐 아니면 시금털털한 막걸리냐 요 마이동풍의 해망쩍은 한성부 판윤아 풀벌레들의 한숨소리 멧새들의 울음소리 등을 오롯이 듣기 위해 두 귀를 쫑긋이 세우고 있는 마이산에 올라서 요번참에 잘 배우고 하산하라

詩詩한 2022.08.13

우사님께 비나이다

우사님께 비나이다 지상의 윤활유 같은 장맛비가 전립선 비대증에 걸린 환자인 양 찔금대다가 이내 멈추고 말았다 괜스레 달큰한 입다심만 하였다 만목황량한 세상의 녹슨 사람들에게 기름을 쳐 줘야 삶이 돌아갈 텐데 큰일이다, 싶다 이 얘길 듣기라도 했다는 듯 하늘의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대폭 늘리자고 담합을 했는지 곡곡에 기름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처음에 반가워하던 녹슨 사람들도 금시에 그만 좀 감산해 달라고 아우성을 치며 원망하고 난리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사님께 비나이다

詩詩한 2022.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