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162

새삼스러운 비애

tv를, 전축을, 냉장고를, 피아노를, 방 개수를 뽐내던 시절이 있었다 칼라tv를, 신발을, 시계를, 자동차를, 자기집을 자랑하던 때가 있었다 tv 크기를, 땅의 넓이를, 자동차 대수를, 아파트 평수를 견주던 시기가 있었다 아이들 학교를, 명품 가방을, 자동차 종류를 어디 아파트냐를 각축하는 이즈음이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진실, 철학적 상상력의 부재로 말미암은 미미한 존재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물질을 앞세운 발버둥질이라는 것을!

세상살이 2020.09.08

나 잘살고 있는 거지?

나 잘살고 있는 거지? 거룩한 가난뱅이 묵자의 말씀 중에 ‘무고부귀’란 말이 있는데 아무런 까닭도 없이 부귀하다는 뜻이다. 조상에게 밥 한 술 얻어 먹는 일이 없고 남의 음식을 빼앗아 먹은 적은 더더욱 없으니 비록 남루한 옷을 걸친 묵자의 생이지만 진정한 미담가화인 것이다. 게으른 가난뱅이 나란 작자가 ‘말만부자’라고 지꺼렸는데 월말에는 웃음이 가득찬 썩을놈이라는 말이다. 초에는 애오라지 땡전 한 푼 뿐인 빈손인데 자본적 셈법과 교언영색으로 말을 넘기고 있으니 답답하고 판에 박힌 일상의 반복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은 권태감이 찾아들 틈이 없다. 이녁, 나 곧잘 살고 있는 거 맞지?

세상살이 2020.09.03

시상 공것이 있간디

시상 공것이 있간디 징해 뿔그마이 하리 점드락 쪄죽것서 해거름판이 되야도 모지락시럽게 덥당께야 엔간허면 암디나 자빠져 싱간 편케 한 숨 잘라쳐도 오매, 세복꺼정 전디기가 어렵당께야 몸써리 나그마이 처삼춘 매에 벌초 허덱끼 물바가치 뒤집어 쓰고 그작저작 넘길라쳐도야 대그빡에 저드랑에 배창시에 허천나게 쏟아지는 땀방울들 아따, 차말로 환장허것당께야 빰따구라도 날리것구마이 포도시 이저뿔고 베름빡 보고 누웠다가도 무답시 부애가 나 디저불것써야 먹고살만헌 시상이면 소가지라도 오지것구먼 아야, 암작에도 큰 지앙이 오것써야 흐미 못살것구마이 느자구없는 시상! 복날 달구새끼 하나 각단지게 묵어도 영 껄쩍지근허당께야 낼은 언능 저녁밥 해묵고 광화문으로 핑 오니라 이~~ 씨엄씨가 이무럽다고 친정엄니만 헐라디야

세상살이 2020.08.25

CCR에 관하여

활동시기 : 1960, 1970년대 데뷔/결성 : 1967년 John Fogerty, Doug Clifford, Tom Fogerty, Stu Cook 지금 50대인 사람이라면 대부분 경험했겠지만 팝송이 마구 유입되던 1970년대 초반 서울에는 씨씨알(CCR) 노래 열풍이 일었다. 길거리 다방이나 트랜지스터는 온통 이 그룹의 노래들로 뒤덮였다. 당시 누군가가 “중랑교를 걷기 전에 CCR의 노래가 길거리에 들리고 있었는데, 다리를 건너갔더니 거기에서도 CCR의 노래가 퍼져나오더라”며 혀를 내두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야유회, 고고장 등지에서 젊은이들은 ‘로다이’, ‘헤이 투나잇’, ‘모리나’ 등 흥겨운 CCR의 레퍼터리들에 율동을 맡겨버렸으며, 그열기는 1970년대 말까지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심지..

세상살이 2020.08.05

늙은데기가 되지 않으려면

늙은데기가 되지 않으려면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보릿고개 시절로, 비판하면 끌고가 병신으로 만들던 유신독재 시절로, 동조하지 않으면 총칼로 죽임을 당하던 군사정권 시절로 정말로 기꺼이 돌아가고 싶은가? 당신은 엿 같은 시절을 조청처럼 살았던 사람입니다. 미화된 과거를 버리세요!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애기주의자가, 강자에게 굽실대고 약자에게 군림하는 겁렬한 자가, 허욕을 훈장처럼 달고 공명을 메달처럼 건 딱한 자가 정말로 상찬된 삶이라 자인하는가? 당신은 진정한 나보다 남들이 생각하는 나로 사는 사람입니다. 무거운 현재를 버리세오! 유의의한 학구열은 식고 잘못된 애국열만 들끓는 자가, 숲길에서 사색하지 않고 안방에 앉아 잔사설만 늘어 놓는 자가, 다 나눠주고 빈손이어야 하는데 온몸에 금..

세상살이 202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