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162

꽃무릇이 절간에 함빡 벙그러진 까닭은?

석산 스님! 이즈음 절간 주위를 온통 붉은 왕관 아니 선풍기 뒤 덮개로 가을단장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자미 보살께서 백일 꽃공양하시느라 편도가 붓고 구토가 치밀고 종기가 나고 치루도 재발하였는데 꽃무릇의 비늘줄기를 약재로 썼더니 씻은듯이 나았다고 합니다 또한 뿌리에 방부제 성분이 함유돼 있어 탱화를 그릴 때나 단청을 칠할 때에 꽃무릇의 녹말을 찧어서 그리거나 칠하면 좀이 슬거나 색이 바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같이 욕된 사지도 꽃무릇의 줄기와 뿌리로 닦고 바르면 여느 사람들처럼 쓸모 있게 살다가 온전하게 죽을 수 있겠습니다. . . . 해탈?

세상살이 2020.10.19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개 풀 뜯어먹는 소리 야생의 냥이들은 고기를 먹고 체하면 괭이밥이란 들꽃을 뜯어먹는다 쌉싸래한 괭이밥은 냥이들의 단백질 분해효소 프로테아제인 것이다 워따, 이제 괭이밥 씨가 마르것다 탄자니아의 침팬지들은 기생충에 감염이 되면 아스필리아 잎을 따서 먹는다 안쪽 심에 있는 테르펜은 침팬지들의 천연 구충제인 것이다 긍께, 그곳 주민들도 똑같이 따라한답디다 고향의 얼룩빼기 황소들은 설사가 멈추지 않으면 덩굴 식물인 하늘타리의 뿌리를 먹는다 왕과근이란 뿌리는 마치 빗자루처럼 황소들의 깔끔한 장청소제인 것이다 아이고매, 영축없는 의사양반일세 티벳의 호랭이들은 고기를 날것으로 먹는 육식동물이면서도 들풀을 자주 씹어 먹고는 한다 식물의 잎에서 보충하는 엽산은 호랭이들의 긴요한 비타민제인 것이다 차말로, 영물이랑께 주교..

세상살이 2020.09.26

청렬이가 나타났다

청렬이가 나타났다 청렬군! 어디서 밤새 풍류하다 이제야 나타났는가 참새떼들이 양냥대는 이 새벽 저기 댐이 무너졌다기에 우린 뜬눈으로 노심초사하며 보냈지 온갖 고초를 다 겪었다, 싶다 코로나 폭동 사회경제적 거리두기 억수장마 범람 침수 산사태 바비 마이삭 하이선 꽤나 비싼 돈을 치르고서야 지각했지 이만큼의 거리가 아름다운 거리였다는 것을 대자연의 공격력에 비하면 인간들의 방어능력이란 게 형편없다는 것을 창살 없는 감옥살이로 인해 우울증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청렬군! 와당탕퉁탕, 요란뻑적지근했던 여름의 종말을 한시바삐 고하고 굼실거리는 황금들판을 거닐며 사색하거나 형형색색의 수풀에서 노닐며 파안할 수 있도록 어서 가을을 깨우는 기상나팔을 불어 젖히시게

세상살이 2020.09.14

시대별 미의 기준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전혀 화장하지 않은 창백하리만큼 흰 얼굴을 로마 시대에는 더덕더덕 화장한 얼굴과 일자 눈썹 그리고 하얀 치아를 중세 시대에는 순결함을 전면에 내세워 작은 가슴, 흰 피부, 금발머리, 넓은 이마를 19세기 말에는 염세주의가 판치던 때라 핏기 없는 얼굴, 야윈 몸매와 퀭한 눈을 20세기 전반에는 인구감소가 원인이 되어 큰 가슴와 풍만한 몸매, 뇌쇄적인 표정을 20세기 후반에는 자연스러움이 각광받던 시절이라 개성적인 매력, 지적이면서도 섹시함을 21세기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 탓에 상클한 이마와 다사로운 예쁜 눈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

세상살이 2020.09.12

다가오지 마십시오!

다가오지 마십시오! 내 곁으로 슬근슬근 다가오지 마십시오 이만큼의 정일한 거리를 팽팽히 유지할 줄 아는 당신이 진정 인연의 대현(大賢)입니다 원컨대 이웃들을 지나치게 사랑하십시오 이만큼의 애타적 눈물을 좌르르 흘릴 수 있는 당신이 진정 군중 속의 옥인(玉人)입니다 청솔처럼 그냥 묵묵히 기다리십시오 이만큼의 지긋한 기다림을 보시시 가슴에 품고 사는 당신이 진정 남부러운 행인(幸人)입니다 부조리에 해찰하듯 생딴전을 피우지 마십시오 이만금의 통념적 정의를 의연히 지킬낼 수 있는 당신이 진정 무쌍한 용자( 勇者)입니다 사유의 우물물이 차고 넘치도록 하십시오 이만큼의 던적맞은 물질을 냅따, 강물에 던져 버릴 수 있는 당신이 진정 제 인생의 주인(主人)입니다

세상살이 20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