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162

예언 3

예언 3 추문이 항간에 떠도는 초등학교 동창생 철수와 영희에게 아카시아가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데 너흰 언제까지나 도적사랑을 하면서 에피쿠로스처럼 쾌락주의를 부르짖을거야? 옛날에 우리들은 동구 밖에서 뛰어놀다가 배가 고프면 내가 가져온 튀밥을 나눠 먹으며 도탑게 우정을 쌓던 죽마지우였잖아 그 하얗던 옥심으로 제발 돌아가다오 그것 봐라, 내 말을 예사로이 넘기더니 결국은 가시에 찔려 피를 보게 되었잖아

세상살이 2020.05.04

梅不賣香 (매불매향)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로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우신지)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은 남아 있고 버들가지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 신흠(申欽,1566~1620))의 야언(野言)

세상살이 2020.04.02

당신과 나의 간격에 대하여

내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당신은 횡단보도를 넘어오는 차에 겁먹 듯 주춤거린다. 당신이 피로를 잊으려고 허리띠를 풀고 잠을 청하는 동안 나는 쓴 담배를 뻑뻑 빨아대며 괴로워하고 있다. 당신의 욕망에 못 미치는 나의 소심함이여 나의 망설임에 반하는 당신의 당당함이여! 하루는 이렇게 소비되어 내세운 전술은 결국 허물어 진다. 전술은 솔방울 같이 딱딱한 타협으로 변해 언제나 합리로 전향할 수 있는 것. 대열에 있을 때보다도 혼자 있는 동안, 배가 고플 때보다 배를 다 채운 뒤에 가능한 것.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나려 해도 나는 교통카드의 잔금을 눈여겨 보며 집으로 향한다. 당신이 생각했던 곳을 아쉬워하는 동안 나는 주머니 속의 월세방 열쇠를 만지며 바쁘게 걷는다. 그러나 나는 우울해 하지 않는다..

세상살이 2020.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