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내편네 그대는 내편네 “당신의 글 속엔 언제나 사람이 살고 있어 좋아” 라며 나의 투깔스러운 문장을 그대가 관대히 공치사해 줄 때 나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호두알 같이 작지만 단단한 자신감을 바가닥바가닥 문질러 봅니다 “당신의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타적이야” 하며 나의 근근득생한 삶을 그대가 또바기 응원해 줄 때 나는 두 팔을 앞으로 쑥 내밀고 눈덩이처럼 크지만 유연한 자부심을 똥글똥글 궁굴리고 있습니다 詩詩한 2022.12.28
백사마을 사람들은 백사마을 사람들은 1960년대 중반 서울 도심 개발이라는 구실 아래 함부로덤부로 쫓겨났던 애꿎은 도시 빈민들이다 절망을 딛고 정착했지만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내쪽김을 당해야 하는 분통 터지는 '난쏘공'의 주인공이다 제 권리를 빼앗기고 단칸방을 전전하며 그저 생물학적인 삶만 살아야 하는 가엾은 호모 사케르다 詩詩한 2022.12.27
함박눈 일기 함박눈 일기 나는 오늘 맨손으로 폐지를 줍던 꼬구랭이 그 할머니께는 태을선녀가 떡가루로 짠 털장갑을 호듯호듯 따습게 끼워 드렸고요 또 길상사 뒤뜰에서 영면하고 있는 일편단심의 자야에게는 백석 시인이 목화솜으로 누빈 핫이불을 다독다독 포근히 덮어 주었고요 그리고 굴뚝 위에서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는 전태일 열사가 필승으로 뜬 목출모를 아자아자 단단히 씌워 주었습니다 詩詩한 202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