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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내편네

그대는 내편네 “당신의 글 속엔 언제나 사람이 살고 있어 좋아” 라며 나의 투깔스러운 문장을 그대가 관대히 공치사해 줄 때 나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호두알 같이 작지만 단단한 자신감을 바가닥바가닥 문질러 봅니다 “당신의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타적이야” 하며 나의 근근득생한 삶을 그대가 또바기 응원해 줄 때 나는 두 팔을 앞으로 쑥 내밀고 눈덩이처럼 크지만 유연한 자부심을 똥글똥글 궁굴리고 있습니다

詩詩한 2022.12.28

함박눈 일기

함박눈 일기 나는 오늘 맨손으로 폐지를 줍던 꼬구랭이 그 할머니께는 태을선녀가 떡가루로 짠 털장갑을 호듯호듯 따습게 끼워 드렸고요 또 길상사 뒤뜰에서 영면하고 있는 일편단심의 자야에게는 백석 시인이 목화솜으로 누빈 핫이불을 다독다독 포근히 덮어 주었고요 그리고 굴뚝 위에서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는 전태일 열사가 필승으로 뜬 목출모를 아자아자 단단히 씌워 주었습니다

詩詩한 202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