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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삼릉에서

서삼릉에서 중종과 장경왕후 윤씨의 희릉 인종과 인성왕후 박씨의 효릉은 어물쩍대며 넌짓 넘어가고 철종과 철인왕후 김씨의 예릉 앞에 서서는 이렇듯 횡수설화하고 있다 강화의 순수한 청년 원범이와 그의 풋풋한 첫사랑 양순이를 도대체 누가 갈라놓은 것인가 대단한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못지않은 풍양 조씨의 국정농단? 그렇다면 불순한 '나'란 자와 제비꽃 같았던 첫사랑 창순이는 왜, 서로 바라보며 울게 됐는가 독재 타도를 위한 시대적 소명감? 다디단 열매만 따먹는 586에 곁들기?

詩詩한 2022.12.07

종묘에서

종묘에서 평평범범한 무사 집안임에도 태조 이성계의 4대조인 목조 익조 도조 환조는 족보를 위조하면서 까지 개성의 신주를 종묘로 모셨고 백성들의 삶은 도외시한 채 제 야망과 욕심을 채우려다 국란과 망국의 원흉이 된 선조 인조 고종 따위도 성대히 제사를 지냈다는데 도망친 겁보 선왕을 대신해 임란을 극복한 전쟁영웅이자 불에 타 소실된 종묘와 사직을 복구한 광해주 이혼 아니 광해대왕은 여기 없으시단다 그는 땅 가진 지주들에게만 조세를 엄정히 징수하였고 자기 백성들을 살리려고 자주적 중립외교를 펼쳤던 조선의 진짜 성군이셨는데도 폭군? 폐모살제(廢母殺弟)? 일가친적 죄다 때려죽인 흉악무도한 태종 이방원보다 조카를 내쫓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 이유보다 아무렴 더 할까

詩詩한 2022.12.05

눈 내리는 보성강

눈 내리는 보성강 벨로 낡은 이약도 아니다 그렁께 45년 전 똑 요맘때에 동리 깨복젱이친고 녀석들과 너벅눈이 흑허게 내리는 보성강으로 핑 달려가서는 큰 도치로 독을 탕탕 내리쳐 물괴기들을 듬쑥듬쑥 잡았다 그때 맨키로 함박눈이 겁나 퍼붓는 날에 보성강 가상에 서서 웨웨쳐 본다 "야, 이 썩을놈들아! 느그들 시방 어디서 뭐더냐?" 낫살 처묵은께로 귓구녕도 막혀 부렀나 보다

詩詩한 2022.12.05

와인 강의하는 사회주의자 임승수

마르크스주의 책 쓰는 작가로서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인생을 걸었다지만, 먹고사는 부분까지 좌파 활동에 전적으로 기대어서는 가정 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 생계가 위태로워지면 가정이 흔들릴 것이고 사회주의자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지 않겠는가.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자본주의적이며 실용적인 고민이 요구되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내 작가 이력을 아는 이들은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쓴 작가가 뭐 그리 엄살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사회과학 베스트셀러 판매량의 그 소박함과 단출함을 모르니 하는 얘기다. 15,000원짜리 책 팔면 10%인 1,500원이 작가 몫인데, 천 권이 팔린다 한들 인세는 세금 떼고 145만 원 정도다. 당신이 최근 사회과학 서적을 얼마나 구매했는지 떠올려 보면 나의..

세상살이 2022.12.05